조기교육 NO! 적기교육 YES!

조회 3577 | 2011-04-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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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지라 애들 핑계 대고 내가 보고 싶은 그림책도 많이 샀습니다.
하지만 요즘 조기교육- 특히 독서 열풍-은 너무 과하다 싶을 때가 더 많네요.
엄마가 옛날얘기 들려주듯 읽어주는 그림책은 어휘 발달이나 감성 발달에 도움이 되겠지만,
너무 문자 인지나 지식 축적의 목적으로 흐르면 위험하다는 지적도 많네요.

 

요즘엔 아이들에게 '해 주는 것'보다 '안 해 주는 것'이 더 힘든 세상인 것 같습니다.
팔랑귀엄마가 되지 않고 알아서 크기를 바라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래 기사 참고하세요~

특히, 신의진 교수의 "이미 만들어진 자극"에 대한 우려에 크게 공감이 되네요~

 

[H·story] "책은 상징의 세계… 적어도 5세까지는 그냥 놀게 하세요"

[인터뷰]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책도 읽히지 말고, 문자도 가르치지 마세요. 그냥 놀게 하세요. 적어도 5세까지는, 하나님이 그거 하라고 한 나이입니다. 지금 우리 엄마들이 하는 독서교육은 아이 발달 과정에 완전히 역행하는 거예요."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한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에게 최근의 과잉 독서 붐에 대해 묻자 "너무 심각하다. 미칠 노릇"이라고 탄식부터 했다. 그는 "유아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은 돈 들여 아이를 망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 부모들은 독서가 조기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기 교육, 사교육을 안 하기 위한 대안이라고까지 말한다.

"조기 교육 바람이 휘몰아친 게 외환 위기 이후인 2000년 무렵부터다. 처음엔 영어 비디오로 시작해 몇 년 후엔 한글과 수학, 그 다음엔 한문, 그리고 최근엔 독서로 넘어왔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조기 교육의 종류나 도구만 바뀔 뿐 똑같다. 일찍 가르치면 똑똑해질거라는 믿음에 잘못된 학습을 시키는 거다."

 

- 조기 독서가 왜 문제가 되나.

"독서란 아이들이 글이나 그림을 통해 추상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다. 장난감 만지는 것과 책을 보는 것의 제일 큰 차이는 장난감은 실체인 반면 책은 실체의 상징, 즉 심볼을 다룬다는 점이다. 따라서 머리 속에서 심볼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나이가 언제인가가 중요한데, 최소 세 돌은 넘어야 한다."

 

- 그 전에는 독서가 불가능한가.

"심볼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게 돌부터다. 이때의 심볼은 말이 심볼이지 아주 단순한 것이다. 두 돌이 지나면 인형놀이 정도를 슬슬 시작할 수 있고, 적어도 세 돌이 돼야 자기 상상을 얹을 수 있다. 더구나 글을 보고 제대로 독서를 하는 것은 초등학교 2, 3학년부터다. 이것도 빠른 여자 아이들 얘기다. 의외로 글을 통해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기는 굉장히 늦게 찾아 온다."

 

-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 커서도 똑똑하다는 얘기가 상식처럼 됐는데.

"최근 몇몇 연구도 있었지만 그것은 독서의 효과라기보다는 부모가 그만큼 자녀한테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신경 쓴 덕분에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것을 '책을 읽어줘서 머리가 좋아졌다'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 책을 읽히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책을 뺏으면 울고불며 난리치는 아이들도 많다.

"그게 병이 시작된 거다. 두 가지 부류인데, 어릴 때부터 책을 너무 많이 읽혀서 생긴 집착증이거나 아니면 아이 인생에 그것 외에 재미있는 게 없는 거다. 둘 다 가슴 아픈 일이다. 세상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야 하는 초등 2, 3학년 이전 아이들이 책에 집착하면 그건 뭔가에 대한 증상이다."

 

- 조기 독서로 유사자폐가 되기도 하나.

"만 3세까지 발달하는 뇌 부위는 감정조절, 충동억제, 교감, 공감 등을 담당하는 변연계다. 요즘 책 좀 읽는다는 아이들은 생후 6개월부터 읽기 시작하던데, 이때부터 독서를 과다하게 하면 사람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상당히 부족해진다. 아이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감정이 통해야 하는 시기에 책이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내가 통한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되면 사회성 발달이 저해되고, 사회인지가 떨어진다. 나중에는 쌍방의 의사소통이 안 되고, 쓸데없는 거나 외우려고 한다. 정서를 조절하는 뇌가 자극을 받지 못해 제대로 못 큰 탓에 자폐와 비슷한 유사자폐가 된다."

 

- 유사자폐는 치료가 가능한가.

"시기에 따라 너무 다르다. 서너 살때 오면 거의 100% 제대로 만들어진다. 여섯살 때 오면 언어가 많이 뒤처져 있게 된다. 초등학교 때 오면 (치료에)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

 

- 어떻게 해야 아이를 똑똑하게 키울 수 있나.

"3세 이전에는 가급적 아기의 창의성을 죽이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미 만들어진 자극(ready-made stimulus)은 안 주는 것이 좋다. 끈, 냄비, 풀만 줘도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내 큰 아이는 문자교육 안 시키는 보육기관에서 나무에 물이나 주며 자랐고, 둘째는 문자교육 하는 일반 유치원에 보냈다. 세 돌 때 버스가 지나가면 큰 아이는 '엄마 보라색 버스는 보라색 차고로 가네' 그랬다. 스스로 분류하고 모으고 다 했던 거다. 반면 훨씬 똑똑했던 둘째 아이는 '한일교통' 이러고 끝이었다. '글자 말고 다른 건 안 보여? 무슨 색이지?'하고 물어야 다른 걸 봤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원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H·story] 연령별 올바른 독서법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키는 부모는 없다. 어린 나이에 신체를혹사하면 아이가 버티지도 못하고 성장 발육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뇌 운동법인 독서 역시 지나치면 뇌 발달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연령별로 신체 발달 정도에 따라 적절한 운동법이 있듯이 두뇌 발달 단계에 따라 필요한 독서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내 아이에게 맞는 현명한 독서법은 없을까. 뇌의학 전문가인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의 도움으로 연령별 독서법을 정리해 봤다.

 

■0~3세

독서 교육의 전단계로, 이 시기에는 책을 읽히지 않는 게 좋다.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대뇌피질은 3세 이후 발달한다. 따라서 그 전에 학습으로 자극을 주는 것은 오히려 뇌 발달을 해친다.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느껴 그림책을 보는 것은 좋지만 장시간 보거나 책에 집착하는 것은 피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TV나 교육용 영상도 되도록 보여주지 않는 게 좋다. 영상매체는 사고의 여유를 주지 않고 쉴새 없이 시각, 청각만 자극하므로 장시간 시청하면 두뇌의 고른 발달을 해친다. 라디오 청취도 같은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꽃을 그림이나 영상으로만 보여주는 것보다 직접 만지고 향기도 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오감교육법"이라고 설명한다.

 

■4~6세

학습이 가능한 시기다. 하지만 사고와 인간성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주로 발달하는 때이므로 여전히 책, 영상을 통한 학습보다는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인성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을 읽어 주면서 책과 친숙하게 되는 훈련을 시작하되 장시간은 피한다. 책을 읽어주는 것도 일방적 자극으로 반복되면 뇌 발달에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이다.

 

■7~12세

전두엽에서 뇌 중간 부위까지 뇌 회로가 발달해 입체공간적 인식 기능을 하는 두정엽과 언어 이해 기능을 하는 측두엽 부위로 옮겨오는 시기다. 이 시기부터는 본격적인 읽기ㆍ쓰기 훈련을 하게 된다. 스스로 흥미가 있는 책을 골라 읽도록 지도하고 점차 독서량도 늘려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서 교수는 "뇌는 자극을 받음으로써 성장하는데 자극이 일정량 이상이 되면 손상이 되고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며 "독서량도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커가는 집중력에 비례해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H·story] 한국 유치원만 '나홀로 문자교육'

 

핀란드 등 교육선진국 "집중력 해쳐" 대부분 금지

 

올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홍민경(35ㆍ가명)씨는 담임 교사로부터 반 아이 중 한글을 모르는 게 자신의 딸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변 학부모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가 "학습지 하나 안 시키고 뭐했냐"는 타박만 들었다는 홍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읽기, 쓰기를 배우도록 되어 있지 않냐"며 "외눈박이 원숭이 나라에 와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조기 교육이 대세처럼 굳어지면서 유아기에 국어는 물론 영어, 수학도 웬만큼 배우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 고시는 유치원에서는 읽기, 쓰기를 배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형주 교과부 유아과장은 "조기 교육에 대한 폐해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고 일선 유치원에서 교육 과정에 맞는 수업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주로 방과후 학습을 통해 이뤄지는 선행학습까지 막기는 어렵다"며 "유치원 입학 전에 어린이집 교육이나 학습지 등을 통해 독서교육은 물론 영어, 수학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이 같은 과열된 조기 교육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현상이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본부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1, 2위를 하는 핀란드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 단계에서는 문자 교육조차 철저히 금지돼 있다"며 "이 시기에는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문자 교육이 오히려 집중력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일권 한국특수교육연구소장도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초등학교 취학 전 문자 및 수 교육이 금지돼 있고 일부 국가는 위반 시 형사 처벌까지 한다"며 "특히 영재교육법으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에서도 유치원 과정까지는 문자나 수를 결코 가르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자녀를 현지 유치원에 보냈던 김미정(35)씨는 아이에게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쳐 보냈다가 담당 교사로부터 "잘못된 교육을 하고 있다"며 경고를 들었다. 독일에서 자녀가 유치원 교육을 받은 이길동 계명문화대 유아교육과 교수는"독일 유치원은 문자나 수를 가르치지도 않고, 학교도 예습을 문제로 지적한다"며 "5살 된 딸에게 피아노 교습을 시키려 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는데 뇌 발달 단계를 고려해 지나친 조기 학습을 금기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엄정애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태어나자마자 영어니 독서니 교육 경쟁을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였는데 일본에서는 최근 독일 등의 자연주의식 유아교육법이 정착되어가는 추세"라며 "기본적인 인지능력도 떨어지는 아이에게 문자나 수를 주입하는 것은 정서 발달에도 안 좋고 교육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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